본문 바로가기
직장/간호사

내시경실 이야기 #0 - 프로포폴

by 경거망둥어 2021. 3. 15.

 




내시경실에서 근무하며 가장 많이 접하는 약이 바로 프로포폴이다.
최근 프로포폴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 되면서 우리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몇 가지 질문들이 있다.

"한 번 맞아도 중독 돼요?"
"기분이 그렇게 좋아요?"
"이게 그 우유 주사 맞아요?"
"검사 끝나고 나면 정말 푹 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주사가 왜 이렇게 아파요?"
뭐, 이런 것들이 궁금할 수 있을 거라 충분히 공감은 하지만... 사실 딱 이렇다 할 명쾌한 답변은 없다.

한 번 맞아서 중독?-> 안된다. 걱정 마시길. 원래가 중독성 없는 마취제라 간주해 오던 약이다. 하지만 이후 프로포폴 중독 사례가 생겨나면서 중독성에 대한 연구가 다시 논의된 약물이다. 비교적 통증이 적은 시술에 사용되며 회복 후 개운하게 푹 잘 잤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데 그러한 경험이 몇 차례 쌓이게 되면 중독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은 의견. 하지만 그 한 번이 약물에 관심을 갖고 흥미를 유도하는 첫 단추는 될 수 있다 생각한다.


기분이 좋은가?-> 이건 딱 대답할 수 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다. 프로포폴을 사용한 내시경 검사 직후 기분이 좋다는 사람 30%,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는 사람 20%, 약의 느낌이 어떻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50%이다. 프로포폴로 중독에까지 이르려면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프로포폴 사용 후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게 '그' '우유 주사'가 맞는지?-> 그렇다. 그냥 색깔, 밀도 무엇 하나 빠짐없이 우유 그 자체!


검사 끝나고 푹 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가?-> 대부분의 내시경실에서는 프로포폴 약물 남용자에 대한 경계심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원하는만큼 잠을 재우지는 않는다. 검사 시에 과량의 프로포폴을 투여하지 않을뿐더러 검사가 끝나면 대부분 바로 깰 수 있을 정도의 함량을 유지한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적은 약의 프로포폴 사용만으로 '어, 진짜 푹 잔 것 같네.'하시는 분들도 더러 계신다. 사실 검사 후에 그런 말씀하시면 의료인들은 덜컥 겁이 난다.

*실제로 우리 병원에 약물 오 남용자들이 가끔 내시경을 받으러 온다. 티가 나는 사람들은 정말 티가 난다. 퀭한 눈, 주사 자국,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도 맹목적으로 내시경을 받으려고 하는 경우 등. 병원은 딜레마에 빠진다. 의료 거부 행위를 할 것인가. 약물 오남용 자에게 약물 투여 후 내시경 검사를 시행할 것인가. 보통의 경우 blacklist에 이름을 올려 주의하는 정도인데 많이 부족한 대처라는 생각이 든다. 합법적으로 약물 남용자들에게 돈을 받고 약물을 내어주는 꼴이 아닌가.
나도 새롭게 공부하며 알게 된 사실인데 프로포폴은 수면제도, 수면 유도제도 아닌 '전신 마취제'이다. 우리 의식을 진정 상태로 만들어 과량 투여 시 자가 호흡을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로 위험한 약인 것이다. 이러한 위험성으로 인해 최근에는 프로포폴 보다 미다졸람 등을 사용하여 내시경 검사를 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의료인이나 소생 기구 등의 의료장비 없이 프로포폴 오남용? 제발 그런 짓은 그만 두시길.

프로포폴 투여 시 혈관통-> 10중 8은 혈관통을 경험한다. "이제 프로포폴 투여하겠습니다. 팔이 조금 뻐근할 수 있어요." 프로포폴은 정맥 혈관을 통해 주입되는 주사제인데 정맥 혈관에 통증을 유발한다. 찌릿하다는 사람도 있고, 뻐근하다는 사람도 있다. 가지각색의 반응이지만 결론적으론 대부분 아파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프로포폴에 리도카인을 섞어 사용하기도 했는데 혈관통은 어느 정도 줄여주지만 프로포폴과 리도카인의 약물 효과의 상호작용 때문에 필요 이상의 수면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우리 병원에서는 리도카인 mix는 하지 않는다. 리도카인을 섞을 때보다 섞지 않는 것을 확실히 더 아파한다.


콩&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프로포폴 투약 절대 금기이다. 프로포폴이 수용체 물질로는 녹이기 힘든 까닭에, 프로포폴에 콩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콩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이 심하지 않을 경우라도 약물로 사용되거나 정맥으로 투여 되었을 경우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어떤 알러지 반응이 일어날지 모를 일이기에 반드시 금기이다. 따라서 콩이나 땅콩에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은 프로포폴을 사용하는 병원에 방문하였을 경우 꼭 꼭 꼭 일러 주시길.

프로포폴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다. 그냥 답답한 마음으로는 '의료용 마취제'를 왜 오남용 하시는가. 왜 담배나 술처럼 기호로 생각하시느냐. 묻고 싶을 따름이다. 우리 모두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넘지 않도록 하자.

 


내시경실 업무 관련 글 ▼
내시경실 이야기 / 업무 / 출근 후 1시간
dailybychunkyo.tistory.com/6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