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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간호사

내시경실 이야기 #2 - 내시경 검사

by 경거망둥어 2021. 3. 29.

 



내시경실 간호사로 일할 때 소화기관 아나토미를 익히는 것이 꽤 번거로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내시경 렌즈가 위, 대장 어느 부분을 적나라하게 찍고 있기 때문에 어물쩍(?) 어느 부위쯤이겠거니~하며 넘어가는 게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상으로 기록이 다 남는 일이라 환자에게 결과 설명이나 상담을 할 때 정확도가 상당히 중요하다. (요즘 우리 환자분들은 모르는 게 거의 없다.)


 어느 부서, 어떤 업무든 이론적인 부분을 초반에 익히지 않으면 실무를 하는 내내 힘들다. 기본적인 용어들을 몰라 적당한 수치를 당하거나(ㅋㅋㅋ), 어쩔 줄 몰라하며 조심조심 물어오는 신규 선생님의 질문에 나 또한 어쩔 줄 몰라 애꿎은 신규 선생님과 어색한 상황을 만든다거나. 허허. 

 내시경실에서 막 1주 차로 일할 때 이야기다. 내가 잘못 발음한 의학 용어를 굳이 굳이 두 명의 젊은 의사 앞에서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으로 알려주던 4년 차 선생님. 내가 같은 발음을 따라 할 때까지 몇 번이고 면박을 주던 분이 계셨다. 당시엔 모르는 내가 문제겠거니 생각했지만 막상 내가 4년 차가 되어 신규 트레이닝을 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그분이 꼭 그랬어야만 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다. 둘만 남았을 때 알려주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상식 밖의 유치한 행동을 하는 윗 선임에게 누구든 너무 쫄(?) 지는 않았으면 한다. 2, 3년 차가 되고 보니 나에게 줄곧 면박을 주던 선생님이 제 동기들 사이에선 제 할 일, 제 밥값 못해 늘 뒷담이 줄줄 붙어 다니던 관심 간호사(?) 였으니. 이런 일이야 간호사 사이에 비일비재한 일들이기에 떠오를 때마다 정성껏 글에 녹여 보겠다. 유치한 복수심은 아니다. 흥. 그냥 경험담일 뿐.

아무튼 '그' 면박 선생님 덕분에 한 가지 배운 점은 있다. 어느 상황에서건 전문성 갖춘 간호사이고자한다면, 기본 용어들이 입만 열면 줄줄 샐 정도로 숙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병원에서 일하려면 병원 법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병원 말을 알아야 한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위 대장 내시경 시행 중에 간호사는 다양한 일을 하게 된다. 가장 먼저, 의사가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기 전 봐야 할 환자 차트를 준비한다. 소화기와 관련된 질병력이 있다면 필수로 체크해둬야 하기 때문에 간호사 개인의 환자 차트 리뷰도 중요하다. 그 뒤 검사가 시작되면 수면 상태가 잘 유지되는지, 산소포화도나 호흡 수가 떨어지지 않는지 확인하며 검사 진행을 돕는다. 환자의 수면 중 뒤척임이 심하다면 몸을 고정하기 위해 정도껏 힘도 써야 한다. 

 대개 검사를 받는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이 있다. 수면 내시경 중에 자신이 헛소리를 하진 않는지, 한다면 무슨 말을 하는지 등. 최근 tv매체들을 통해 수면내시경을 받는 연예인들의 모습이 비치며 우리 환자분들도 자신의 내시경 받는 모습을 더러 궁금해하시더라. 예민한 경우를 예로 들자면, 의료인들이 자신의 몸에 해를 가하지는 않는지, 혹은 잠든 자신을 향해 언어적인 희롱(?)을 하지는 않는지 궁금해들 하신다. 그래서 검사 중 녹음기를 켜 두시는 분들이 많다. 

 뭐, 음. 사실 이 모든 것이 의료인 개인의 윤리 의식에 달려있다 생각한다. 물론 잠든 환자를 향한 어떤 농담(?), 희롱(?)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 분위기의 조직 문화를 가진 병원이라면 '아니, 난 안 그래야지.' 하던 간호사들도 그런 문화에 물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고고한 한 마리 학처럼 간호사는 자신의 직업 소명과 윤리 의식을 지키고자 노력해야 한다. 잠든 자신의 몸을 내어주고 있는 환자의 육체와 인권을 지킬 수 있는 건 의료인밖에 없기 때문이다. 

 좌측위로 누운 몸을 고정한 상태에서 위, 대장내시경을 진행하며 포지션 유지를 잘해준다. 기도 유지 때문이다. 고개나 몸이 바로 눕지 못하도록 자세를 계속해서 확인해 준다. 조직검사가 필요할 때 biopsy 시술을 하게 되는데 보통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 forcep을 작동하여 검사를 진행한다. 검체가 내시경 관을 통해 나오면 포르말린 통에 조직을 보관하여 병리과로 내려주면 된다. 검체 loss는... 상상하지도 말자.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된다. 


 

검진 내시경의 절차는 이 정도이다. 환자 준비, 자세 유지, 수면 약 투약, 검사 진행, 회복. 각 순서의 진행을 보조하고 필요한 간호를 적용하는 게 내시경실 간호사의 일이다. 치료 내시경으로 넘어가면 간호사의 간호 행위가 좀 더 복잡해진다. 다음에 이야기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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